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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ITOR

고립의 시대, 외로움은 어떻게 감정비즈니스가 되었나

2025.07.18

 

🌐 연결된 세상의 역설적 고독

금요일 저녁, 직장에서 돌아온 28세 김모 씨는 스마트폰으로 치킨을 주문하고 넷플릭스를 켭니다. 카카오톡 단체방에는 읽지 않은 메시지가 쌓여 있지만, 그는 답장을 미룹니다.

2025년 현재, 우리는 언제든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역설적 상황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외로움을 활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까지 탄생시키고 있습니다.

 


💦 외로움의 실체: 숫자로 보는 고립의 시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약 40%가 일상에서 외로움을 경험한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에서 외로움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해외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 요양원에 사는 노인의 60%는 방문객이 전혀 없고, 영국 밀레니얼 세대의 5명 중 1명은 친구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영국의 18~24세 청년 5명 중 3명은 "항상 외롭다"고 말합니다.

 

국내 조사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일상에서 외로움을 느끼며, 주요 원인으로 경제적 여유 부족을 꼽았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이 외부 활동과 인간관계를 위축시키고, 타인과의 교류가 줄어들면서 외로움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왜 우리는 더 외롭게 되었을까?

 

1. 경쟁 사회가 해체한 공동체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는 개인의 성과와 효율성을 최우선시하는 체제로 변화했습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서로를 협력자보다는 경쟁자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동료는 팀원이 아닌 라이벌이 되었고, 이웃보다 아파트의 보안 시스템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성과 중심 사회에서 '함께 있음'은 불필요하거나 비효율적인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전통적인 공동체가 해체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개별화되고, 각자도생하는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2. 디지털 연결의 함정
기술 발전은 사람들과의 연결을 쉽게 만들었지만, 오히려 인간관계의 질을 약화시켰습니다. 카페에서 바리스타와 나누는 짧은 인사, 이웃에게 하는 아침인사, 마트에서 계산원과 주고받는 한마디. 이런 일상적인 미시적 교류들이 사라지면서, 우리는 공동체에 속한다는 느낌을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연결 대신 우리는 디지털로 연결됩니다. 하지만 그 관계는 눈빛도 온기도 없는 '스크린 너머'의 연결일 뿐입니다. 연결되어 있지만 고립된 상태, 이것이 오늘날 디지털 시대가 만들어낸 외로움입니다.


🛍️ 감정비즈니스의 등장: 외로움을 상품화하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 속에서 '외로움'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감정이 소비의 대상이 되면서, 기업들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스피커의 감정화



네이버 '클로바'와 카카오 '헤이카카오'는 단순한 기능을 넘어 정서적 반응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합니다. 사용자들은 이들과 농담을 주고받거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AI 반려동물 서비스



삼성전자의 '볼리', LG의 '이동형 AI홈 허브 Q9', 일본의 'Qoobo'는 말을 하지 않지만 촉각적 반응으로 정서적 교류를 제공합니다. 이들 제품은 반려동물을 키우기 어려운 환경에서 단순한 기능을 넘어 정서적 위안을 주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물리적 체험 비즈니스



도예, 아트테라피 같은 '만들기' 활동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디지털 세계에서 경험할 수 없는 실제적 감각을 통해 외로움을 해소하는 경험 비즈니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클래스101의 원데이 클래스나 DIY 키트가 이러한 서비스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셀프케어 문화

 

"누구도 나를 돌봐주지 않으니, 내가 나를 돌보겠다"라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스킨케어 루틴은 단순한 외모 관리를 넘어 정서적 안정을 위한 의식이 되었습니다. 마스크팩, 족욕기, 홈에스테틱 기기는 타인에게서 받지 못하는 돌봄을 스스로에게 제공하는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감정비즈니스의 한계와 모순

이러한 감정비즈니스는 일시적 위로는 제공하지만, 외로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AI는 우리에게 항상 친절하고 셀프케어는 원하는 시간에 내가 할 수 있지만, 진정한 인간관계는 불편함과 상호의존성, 갈등과 화해를 포함하는 복잡한 과정입니다. 감정을 소비 대상으로 만드는 구조는 외로움을 자연스러운 상태로 받아들이게 하고, 문제의 근본적 해결보다 지속적인 소비로 이어집니다.

 

 

🙌 개인으로서, 공동체로서 던져야 할 질문



우리는 외로움을 개인이 감당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 디지털과 오프라인의 건강한 균형

- 경쟁보다 협력을 중시하는 사회적 가치관의 확대

- 일상적 교류가 가능한 물리적 공간의 확보

- 직장 내 소통 문화와 업무 환경 조성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아야 합니다.

 

- 어떻게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 것인가?

- 어떻게 건강한 혼자만의 시간을 누릴 것인가?

- 어떻게 공동체 안에서 연결감을 회복할 것인가?

 

외로움에 대한 다양한 해결방식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지만, 소비로만 달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해결책은 우리가 어떤 관계를 만들고, 어떤 공동체를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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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er | 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