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한국의 전통 공간’이라고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나요? ‘고루함’, ‘옛것’ 처럼 부정적인 단어들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그렇다면 오늘 소개해드릴 전시를 한번 가보는걸 추천해요. 오늘은 서촌에 위치한 재단법인 아름지기에서 열린 전시회 ‘방(房), 스스로 그러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 거예요.
방으로 보는 한국의 전통
재단법인 아름지기는 한국의 ‘의(衣), 식(食), 주(住)’를 중심으로 전통과 현재, 미래를 연결 짓는 전시를 꾸준히 선보이는 곳이에요. 이번에 선보인 전시는 ‘주(住)를 주제로 공간 디자이너, 가구 작가 등 9명(팀)의 작가들이 7개의 공간을 포함한 70여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에요. 각 분야의 디자이너들과 함께 우리 전통의 인테리어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해 본 이번 전시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확인해 볼까요?
👀1. 실용성에 대한 재해석(1F)
1층 전시 공간에 처음 들어가게 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섹션입니다. 아름지기 소속의 최윤성 작가님이 만든 ‘JUST AS IT IS’라는 공간인데, 한국의 주거 공간인 아파트 내 ‘알파룸’이라는 공간을 선정했어요. 알파룸이란 아파트 평면 설계상 남는 내부 자투리 공간을 의미하는데, 최근에 이 공간을 다양한 용도로 바꾸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요.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보는 듯한 공간구성에 미니멀하고 절제된 듯한 차분한 분위기에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껴졌어요. 그리고 공간을 구성하는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유독 에디터의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었는데요. 바로 벽에 설치된 목재로 된 시스템 가구였어요. 나뭇가지처럼 벽에 걸려있어 마치 오브제를 보는 듯한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가까이서 보게 되면 작품들을 원하는 위치에 걸 수 있게 고리가 있는걸 볼 수 있어요. 원하는 용도의 가구들을 직접 커스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기억에 남았어요.
✨2. 한지라는 물성에 담긴 스토리텔링(1F)
1층의 또 다른 공간에 온통 흰색으로 뒤덮인 하늘에 떠 있는 묘한 느낌을 주는 다음 공간이에요. 가벼워 보이는 질감 때문에 입으로 불면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이곳에 벽은 다름 아닌 한지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한지 중에서도 가장 두꺼운 장지를 4겹으로 겹쳐 만든 독특한 공간인데 이 공간에는 재밌는 스토리가 담겨져 있어요.
디자이너 임태희는 어렸을 적 한지를 사용하다 파손되면 오린 종이를 풀로 붙여 복원하는 방식을 보고는 한지가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상처 난 피부에 반창고를 붙이는 것처럼 파손된 한지에 한지를 덪붙이면 한지 스스로 그곳을 재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 재미난 상상력이 이 공간을 둘러볼 만한 충분한 스토리텔링이 된다고 생각해요.
💡3. 과거의 지혜가 담긴 공간의 숨은 디테일(2F)
2층을 들어서게 되면 탁 트인 중정과 사방으로 전시된 공간들이 펼쳐지게 돼요.
그중에서도 먼저 소개해 드릴 공간은 온지음 집공방에서 구현한 공간으로 ‘공간막이라고 불리는 오늘날 파티션’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한국의 공간막이로 재해석한 작품들이에요. 온지음 집공방은 발과 막, 병풍, 휘장을 일컫는 ‘염막병장’이라는 한자어를 발굴해 전시공간의 표어로 삼아 현대생활에도 유효한 한국적 공간막이를 재현해냈다고해요.
고려시대는 ‘입식 문화’를 공적공간과 사적공간을 나누기 위한 요소가 필요했는데 이것이 바로 ‘염막병장’이었다고 합니다. 실제 전시의 동선은 현대의 아파트 공간처럼 전실, 거실, 침실로 이어지는 동선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장 공적인 공간부터 가장 사적인 공간으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하죠. 또 ‘염막병장’은 자연에서 오는 재료들로 최대한 질감을 살려 만든 것이 특징입니다.
- 작품의 하나하나 담긴 과거의 지혜와 디테일(안고지기문)
먼저, 전실과 거실의 공간을 구분하는 ‘안고지기문’에서 많은 디테일을 찾아볼 수 있어요. 과거에도 사용되었다고 하는 안고지기문은 여닫이와 미닫이로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놀라웠어요. 공간을 구분하고 싶을 때는 미닫이로 활용하다가 개방감을 원할 때는 여닫이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성과 편리함이 현대의 인테리어에 활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보는 내내 했어요. 또 문턱에 사선으로 잘린 디테일에서도 섬세함을 느꼈어요.
- 작품 하나하나의 담긴 과거의 지혜와 디테일(발)
‘발’에서도 디테일을 찾아볼 수 있어요. 발이란 대나무나 갈대로 짠 블라인드를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문이나 창문에 매달았으며, 복잡한 장인 정신과 섬세함으로 당시 일반 양반도 쉽게 사용하지 못했다고 해요. 가까이서 보게 되면 실제 나무의 결과 실로 장식한 패턴들이 한땀 한땀 만들어졌음을 느낄 수가 있었어요.
발을 고정하는 매듭은 ’라’라고 하는 전통 재료를 활용해서 만든거에요. 이 모든 것들이 남는 재료 없이 활용해서 만들었다고 하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또 한 번 들어요.
🛋️4. 현대의 재료에서 발견한 과거의 모습
다음은 최원석 작가의 현대 재료와 과거의 전통 문양이 공존하는 가구들이에요.
작가는 우연한 계기로 아노다이징 알루미늄이라고 하는 재료의 단면을 잘랐을 때 생기는 모양이 한국의 전통 문양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알루미늄을 활용해서 단면들을 조합해 패턴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기존의 유기적인 작품들과는 다르게 심플하게 생긴 모습에 시선이 한번, 기발한 아이디어에 또 한 번 작품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 같았어요. 에디터는 알루미늄의 단면을 보고 전통 문양을 생각해 낸 작가의 눈썰미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에도 적용이 가능할까?
전통이라 하면 ‘고루하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어요. 하지만 에디터는 이번 전시에서 보고 느꼈던 다양한 작품들, 공간을 나누는 파티션부터 시스템 가구, 의자까지 ‘이 작품들을 실제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머릿속에 가지고 전시를 끝까지 관람했어요.
작품을 관람하는 동안 실제로 앉아보고 써보니 편안함과 미적인 부분을 동시에 챙긴 작품들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작품들 모두 트렌드에 맞게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들게 해준 것 같아요.
한국의 전통 스타일은 ‘스스로 그러한’
에디터는 이 전시를 보고 나서 한국 전통 스타일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봤어요.
‘한국의 전통 스타일은 뭘까?’
그 답은 쉽게 낼 수 있었던거 같아요.
‘스스로 그러한’
전시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스스로 그러한’은 즉, 자연스러움을 의미하는 문장처럼 한국 고유의 스타일이 결국 자연스러움이라고 생각했어요. 자연에서 오는 것은 무엇 하나 획일화된 것들이 없어요. 나무도 모두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전시의 대다수 작품들도 자연의 유기적인 형태를 띠고 있었어요. 서양의 고전 작품들처럼 아름다운 비율을 위해 재료를 깎고 다듬어 보기 좋게 만드는 것과 반대로 한국의 작품들은 자연에 있는 재료를 버리는 것 없이 최대한 활용해서 만드는 세심함과 자연을 생각하는 오가닉한 모습들이 진정 한국의 아름다움의 뿌리라고 생각했어요.
‘화려함으로 치장된 모습이 아닌, 자연까지 생각하는 마음’ 한국의 전통 스타일은 그렇게 시작이 되는게 아닐까?
서촌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한국스러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이번 전시 ‘방(房), 스스로 그러한’ 11월 15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전시, 끝나기 전 한번 가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