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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윙 602, 예술가들이 사랑한 영감의 연필

2025.06.20



여러분에게 연필이란 어떤 의미를 지닌 물건인가요?

오늘날 많은 것이 디지털화되었지만, 여전히 연필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손에 가장 밀접하게 쥐고 사용하는 도구이기에 연필과 특별한 일체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요.

우리에게는 너무나 흔한 연필이지만, 이것은 세상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쉽게 쓰고 지울 수 있는 도구의 등장은 작가는 물론 화가, 설계자, 공학자 등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쳤죠. 이처럼 평범하지만 역사를 바꾼 연필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오늘은 많은 예술가와 작가들에게 사랑받은 ‘특별한 연필’, 바로 블랙윙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예술가들이 사랑한 전설적인 연필, 블랙윙 602



196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미국 소설가 존 스타인벡은 유명한 연필 애호가였습니다. 그는 매일 여섯 시간씩 연필을 쥐고 소설의 초고를 썼으며, 자신이 연필을 손에 쥔 '조건화된 손을 가진 조건화된 동물'이라는 사실에 자긍심을 느꼈죠. 스타인벡은 마음에 드는 연필을 수십 자루씩 사서 썼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아꼈던 것은 에버하드 파버가 1934년에 출시한 ‘블랙윙 602’였습니다. 새 연필을 처음 사용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껏 써본 것 중 최고야. 이름은 블랙윙인데, 정말 종이 위에서 활강하듯 미끄러진다니까."

 

 

애니메이션 <루니 툰>의 수장이었던 척 존스도 블랙윙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 연필은 아이디어로 꽉 차 있어”라고 말할 정도였죠.

그의 작업실에는 항상 블랙윙 연필과 스케치패드가 나란히 놓여 있었고, 평생 동안 블랙윙만을 고집했습니다.

 

브로드웨이의 전설 스티븐 손드하임 역시 블랙윙의 열렬한 애호가였는데요. 1960년대 초 블랙윙이 단종될 조짐을 보이자, 평생 사용할 분량을 미리 확보해두었다는 일화도 전해집니다. 이처럼 블랙윙은 단순한 필기구를 넘어, 예술가들 사이에서 창작의 상징처럼 여겨졌습니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하나같이 이 연필에 매료되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디자인부터 필기감까지, 블랙윙이 특별한 이유

1️⃣적은 힘으로도 쉽게 쓸 수 있는 연필

 

"HALF THE PRESSURE, TWICE THE SPEED"는 블랙윙의 슬로건입니다. 필압을 절반만 가해도 두 배의 속도로 글을 쓸 수 있다는 뜻이죠. 연필이 종이 위를 매끄럽게 움직여 적은 힘으로도 쉽게 필기할 수 있어서, 오랜 시간 연필을 잡고 작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부드러운 필기감의 비결은 연필심에 첨가된 왁스 성분 덕분입니다.

 

 

2️⃣퍼지지 않는 흑연 가루



학창 시절 연필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다 보면 손에 흑연이 묻은 경험 다들 있지 않나요?

 

블랙윙은 왁스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흑연이 묻거나 번지는 일이 적었습니다. 덕분에 손이나 옷이 더러워질 걱정 없이 더욱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죠. 블랙윙이 유행하던 1990년 이전에는 지금보다 흑연 때문에 글이 번지거나 손에 묻는 경우가 훨씬 더 잦았답니다. 이처럼 우수한 품질이 제품의 신뢰도를 높여주었습니다.

 

 

3️⃣상징적인 지우개 디자인



블랙윙 연필은 뛰어난 품질뿐 아니라 독특한 디자인으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연필 끝에 달린 납작한 직사각형 형태의 지우개입니다. 이 특별한 지우개 디자인은 책상 위에서 굴러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실용적인 기능을 합니다. 게다가 위로 잡아당겨 분리했다가 다시 끼울 수 있어 지우개를 끝까지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죠. 이 납작한 지우개는 단순한 소모품을 넘어서 지금까지도 블랙윙을 상징하는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 파란만장한 블랙윙의 역사



독일 파버카스텔을 창립한 파버 가문의 일원이 미국에서 설립한 회사가 바로 에버하드 파버입니다.

 

1934년, 에버하드 파버는 '블랙윙 602'라는 연필을 출시했고, 뛰어난 품질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이렇게 꾸준히 사랑을 받던 블랙윙은 1980년대, 회사가 파버카스텔에 흡수되면서 변화의 시기를 겪습니다. 1994년부터 1998년까지는 샌포드(Sanford)에서 제조되었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결국 1998년, 생산이 중단되고 맙니다.

 

단종의 가장 큰 이유는 페룰 제작 기계의 고장이었습니다. 블랙윙 특유의 납작한 금속 페룰(지우개 고정 부위)을 만드는 기계는 오래된 특수 설비였고, 부품 교체나 수리 비용이 매우 비쌌습니다. 게다가 블랙윙은 일반 연필에 비해 복잡한 구조(교체형 지우개, 금속 페룰, 고급 흑연, 고급 목재)를 갖고 있었기에, 생산 단가가 높고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급격한 가격 폭등

블랙윙 연필이 1998년에 단종되자, 많은 사람들이 그 특유의 감성과 필기감을 그리워하며 찾아 나섰습니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고 시장에서는 가격이 폭등했고, eBay 등에서는 한 자루당 40~60달러에 거래되었으며, 일부 제품은 무려 100~20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죽기 전에 꼭 써봐야 할 연필'이라는 별명을 얻은 오리지널 블랙윙은 현재도 수집가들 사이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는 박물관이나 아카이브에 보관될 정도로 전설적인 존재가 되었죠.

 

 

블랙윙의 재탄생

1. 다시 태어난 전설

 

2010년 미국의 팔로미노(Palomino)사가 블랙윙의 상표권을 취득하면서 이 전설적인 연필의 복각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과제는 블랙윙 특유의 필기감을 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블랙윙의 부드러운 필기감은 흑연, 점토, 왁스가 절묘하게 조합된 연필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제작 방법이 남아있지 않았기에, 팔로미노의 연구진은 기존 블랙윙 제품들을 수집하여 철저히 분석했습니다. 필기감, 색감, 부드러움과 단단함의 균형을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거듭했죠. 마침내 연구진은 캘리포니아산 향나무와 일본산 고급 흑연, 그리고 특수 왁스를 활용해 번지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고 튼튼한 심을 개발해냈고, 그렇게 2010년 블랙윙이 다시 태어났습니다.

 

 

2. 지금의 블랙윙, 4가지 라인업

 

 



현재 블랙윙은 총 4가지 핵심 라인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MATTE: 매우 부드럽고 진한 필기감으로 스케치와 감성적인 글쓰기에 적합

- PEARL: 부드럽지만 균형 잡힌 느낌으로 일상 필기에 적합

- 602: 적당한 단단함과 선명함으로 메모, 노트, 스케치에 활용하기 좋음

- NATURAL: 가장 단단한 심으로 정밀한 작업, 도면, 설계용에 적합

 

 

3. 연필 그 이상의 브랜드

 

블랙윙은 단순한 연필을 넘어 하나의 문화 브랜드로 확장되었습니다.

연필 외에도 전용 연필깎이, 포인트 가드, 지우개 리필 등 다양한 브랜드 액세서리가 함께 출시되며, 창작자들을 위한 도구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영감의 도구

 

블랙윙은 단순히 글을 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예술가들의 손끝에서 창작을 함께해온 역사의 일부이자 감성의 상징입니다. 한때 단종의 아픔을 겪었지만, 그 기억을 품은 채 다시 태어나 지금도 수많은 창작자들의 곁을 지키고 있는 연필, 블랙윙.

 

디지털 시대에도 손으로 써 내려가는 감각을 잊지 않는 이들에게, 블랙윙은 여전히 ‘써봐야 할 연필’이자, 마음속 깊은 영감의 도구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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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er | 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