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할머니 감성에 스며든 젊은 세대들이 늘고 있다고 해요.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 사이에서는 할메니얼(할머니와 밀레니얼을 합친말)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열풍인데요. 왜 이들은 할머니들이 선호하는 옛날 음식, 패션 취향 등 할매감성에 빠지게 된 걸까요?
"저렇게 우아하게 늙고 싶어요"
지난 4월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배우님. 한국 영화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는 평가와 함께 그녀의 솔직 당당하고, 위트 있는 수상소감이 화제였죠. 특유의 세련된 패션 스타일과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입담으로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고요.
출처: 로이터연합뉴스
온라인상에서 '윤여정 어록 모음집'이 도는 것은 물론이고, 윤여정에게 스며든다는 의미의 '윤며들다'라는 신조어까지 생기며 그야말로 윤여정 신드롬이 불었죠.
여기에 유튜브나 틱톡 등 젊은 세대들이 즐겨 이용하는 SNS 채널에서 '시니어 시대'들이 활약하면서 할머니 감성은 MZ세대와의 거리감을 점차 좁혀갔어요.
MZ세대가 할메니얼에 열광하는 이유
진짜 어른의 등장
MZ세대는 "라떼는 말이야~" 꼰대로 대표되는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기성세대보다 나이는 훨씬 많지만 오히려 권위적이지 않고, 연륜에서 묻어 나오는 지혜와 위트, 솔직하고 친근한 매력을 지닌 시니어층에 호감을 느꼈어요. 전문가들은 꼰대가 아닌 의지할 수 있는 '진짜 어른을 찾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라고 말해요.
마음의 위로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몸과 마음이 지친 MZ세대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옛 것을 찾고 있어요.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혼동이 커질 경우 과거로 돌아가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뉴트로 열풍
몇 년 전부터 뉴트로가 열풍이죠?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뉴트로는 말 그대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말해요. 과거의 것을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이죠. MZ세대에게 옛 감성은 추억의 대상이 아닌 낯설고 새로운 문화로 다가와 트렌드로 자리 잡았어요. 할메니얼은 이러한 뉴트로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해외에서는 몇 년 전부터 할메니얼과 같은 의미의 그랜드 밀레니얼(Grand Millenial), 세련된 할머니 스타일을 의미하는 그래니 시크(Granny Chic) 등의 용어가 쓰였다고 해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뜨거운 할메니얼 열풍! 할메니얼 트렌드는 우리 일상 속에 어떻게 자리 잡고 있을까요?
출처: (좌)빙그레, (우)파리바게트
할매입맛 "꼬수운게 좋아"
화끈한 매운맛, 달콤한 단맛 등 자극적인 맛에 열광하던 MZ세대가 이제는 전통음식에 꽂혔어요. 쑥, 인절미, 단호박, 흑임자 등 할머니 입맛으로 대표되던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죠.
익숙하지만 새로운 전통의 맛이 젊은 세대 취향 저격에 성공하면서 할메니얼을 겨냥한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어요. 특히, 건강과 장수를 상징하는 '흑임자'가 식재료로 인기인데요. 흑임자 아이스크림, 흑임자 라떼, 흑임자 케이크 등 달콤한 디저트와 흑임자 특유의 고소함이 만나 MZ세대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요.
빙그레는 1975년 출시 이후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스테디셀러 제품인 '비비빅'의 브랜드를 활용해 할메니얼 트렌드를 반영한 흑임자, 인절미, 쑥, 단호박 등 다양한 맛의 신제품을 출시했는데요. 최근에는 파리바게트와의 협업으로 비비빅을 활용한 케이크부터 음료까지 다양한 디저트를 선보인다고 해요.
출처: 인스타그램 캡쳐
할미룩 "유행은 돌고 도는 거야"
1970~1980년대 할머니들이 주로 입었던 플라워 패턴의 롱스커트, 니트 조끼, 긴 기장의 가디건 등이 다시 유행이에요.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이게 왜 유행이야? 의문이 들기도 하겠지만 알록달록한 색상과 펑퍼짐한 디자인이 할미룩의 포인트!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국내 최대 여성 쇼핑 플랫폼 지그재그에서도 올해 상반기 패션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그래니룩(할머니 패션)을 선정했어요. 전년 대비 니트베스트 219%, 진주목걸이 277%, 트위트 가디건 100%, 비녀 98% 등 그래니룩 관련 제품의 검색량이 급상승했다고 해요.
인스타그램에서는 할미룩, 그래니룩을 검색하면 수많은 게시글이 등장하는 걸 볼 수 있는데요. 할매감성에 빠진 MZ세대는 해시태그를 통해 취향이 비슷한 이들과 소통하기도 해요.
출처: 지그재그
K-할머니 "광고계는 우리가 접수!"
할메니얼 열풍에 시니어 모델을 기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요. 1020세대 여성이 주 고객층인 지그재그는 패션 광고는 젊은 배우가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배우 윤여정을 모델로 기용해 주목을 받았죠. 광고 영상에 윤여정 특유의 솔직 당당하고, 재치 있는 입담이 그대로 묻어나며 MZ세대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어요.
"근데 옷 많이 산다고 뭐라 그러는 애들이 있더라?
참 나 웃겨 증말. 됐어 얘! 남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사"
출처: ⓒCJ제일제당
"문희 불렀옹?" CJ 제일제당은 MZ세대에게 간편식으로 사랑받고 있는 햇반컵반 모델로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호박고구마'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나문희 배우를 기용했어요. 배우 나문희가 MZ세대 사이에서 호감도가 높다는 점에 주목한 것인데요. 햇반컵반의 '명탐정 컵반즈' 캠페인 영상을 본 소비자들은 그녀를 '문희찡', '문희쓰'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열광했어요.
이처럼 유통업계는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가 할머니에게 열광한다는 점에 주목해 시니어 모델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시니어 모델을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출처: 유튜브 캡쳐 / (좌)박막례, (우)밀라논나
시니어 유튜버 스타 "나이는 숫자에 불과"
젊은 세대들의 채널로만 여겨졌던 유튜브에서 활약하는 시니어 스타들이 늘고 있어요. 손녀의 제안으로 유튜브 세계에 첫 발을 디딘 박막례 할머니는 구수하고 유쾌한 입담과 메이크업, 먹방, ASMR과 같이 새로운 문화에 도전하는 콘텐츠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죠.
최근에는 유튜버 '밀라논나' 정명숙 할머니가 화제에요. 1978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유학한 최초의 한국인 디자이너인 그녀는 '밀라노'와 '할머니'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논나'를 조합해 만든 유튜브 채널명 '밀라논나'로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있어요. 50년의 디자이너 경력을 살려 패션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밀라논나'는 세련된 코디법과 패션 트렌드, 브랜드에 대한 전문 지식 등을 소개하는 영상뿐만 아니라 구독자들의 고민을 듣고, 따뜻한 조언을 건네기도 하죠. '밀라논나' 채널은 그녀의 열정적인 패션센스와 인생의 지혜를 모두 배울 수 있어 큰 인기를 모으고 있어요.
마무리하며
"살아있는 한, 움직이는 한, 누구나 다 현역이고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다(by. 유튜버 밀라논나)"
청춘들에게 응원과 위로를 전달하는 멋진 어른의 등장은 MZ세대에게 큰 울림을 주었는데요. K-할머니들의 활약으로 세대 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MZ세대들의 공감을 이끌고 있는 만큼 할메니얼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