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 자체가 예술이었던 화가, 타샤 튜더 전시를 다녀오다
롯데뮤지엄에서 타샤 튜더 탄생 110주년 기념 전시 《스틸, 타샤 튜더: 행복의 아이콘, 타샤 튜더의 삶》을 보고 왔습니다. 전시를 보면서 가장 강하게 느낀 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그녀가 살았던 삶이 자신에게는 최고의 순간들이었을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그녀와 함께한 모든 것들이 그대로 그림에 녹아들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타샤 튜더는 단순히 '예쁜 그림'을 그린 작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일상을 직접 가꾸고 캔버스에 옮기며, 평범한 순간들을 예술로 승화시킨 사람이었습니다.
그럼 전시를 보기 전 함께 알아보면 좋을 타샤 튜더 전시의 짧은 후기를 함께 볼까요?
미국이 사랑한 국민 작가

출처 : 마노엔터테인먼트
타샤 튜더는 평생 100여 권의 책을 집필하며 수백만 부의 판매를 기록한 전설적인 미국의 동화작가입니다.
23세에 첫 그림책 『호박 달빛(Pumpkin Moonshine)』으로 데뷔한 이후,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데콧 상'을 『마더 구스(Mother Goose)』, 『1은 하나(1 is One)』로 두 차례나 수상하면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이후 『타샤의 특별한 날(A Time to Keep)』, 『비밀의 화원(The Secret Garden)』 등 그녀 특유의 따뜻함이 담긴 그림들로 다양한 저서와 삽화를 남기며 미국을 대표하는 국민 작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출처 : 타샤 튜더
그녀의 그림책은 단순한 문장과 따뜻한 수채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섬세한 수채화 기법과 빈티지한 패턴이 어우러져 특유의 따뜻한 감성을 전합니다. 그림 속 장면들은 현실감 있는 구도와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담겨 있어, 한 장만 봐도 전후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사실 그녀는 동화작가로서도 유명했지만, 더욱 유명해진 것은 그녀가 살아온 라이프스타일 때문일 겁니다. 버몬트 산속 30만 평의 대지에서 전기 없이 모든 것을 직접 손수 만들어 해결하는 삶은 누군가에게는 고행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남들의 기준에 맞추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행복을 보여줬습니다. 이것이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게 되었습니다.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나온 그림

출처 : 마노엔터테인먼트
사람들이 내 그림을 좋아하는 것은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나오기 때문일 거예요
전시를 보다 보면 타샤의 말처럼 그녀의 그림에는 우리 일상과 닮은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슈퍼히어로나 판타지 속 인물 대신, 반려견과 함께한 행복한 순간, 가족과의 소소한 이야기, 계절의 변화 속 자연의 모습 같은 평범하지만 소중한 순간들을 그림에 담아냈습니다.

그녀의 작품 속 동물, 아이, 꽃과 식물은 일상의 온기를 품은 이야기로 이어지며 작가의 삶과 예술을 그대로 전합니다.
네 자녀가 직접 그림의 모델이 되었고, 20여 마리의 웰시 코기들도 작품 속에 등장합니다. 아침마다 무쇠 스토브에 굽던 빵, 손수 짠 천으로 만든 가족 옷, 정성껏 차린 식탁과 정물, 크리스마스마다 직접 만든 카드와 장식까지. 타샤의 일상 그 자체가 그림이 되었습니다.
타샤에게 코기는 특별한 존재였다

타샤 튜더의 그림에는 동물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특히 웰시 코기는 빠질 수 없는 모티프였습니다.
타샤는 코기를 단순한 개가 아닌 마법이 깃든 생명체라고 생각했습니다. 웨일스 전설에는 코기가 요정들의 마차를 끄는 마법의 개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타샤는 이 전설을 진심으로 믿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동화에는 코기가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타샤에게 코기는 단순한 반려동물이 아니라 동화 속 주인공이자 창작의 영감을 주는 존재였습니다.
그녀의 애정 어린 시선 속에서 코기들은 생동감 있게 그려졌고, 『코기빌 페어(Corgiville Fair)』는 일생 동안 집필한 100여 권의 책 중 그녀가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코기빌'이라는 마을에 사는 코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축제를 준비하는 이야기입니다.

출처: amazon
30만 평 대지에 일군 천국 같은 정원

출처 : 마노엔터테인먼트
50대가 된 타샤는 평생 꿈꿔왔던 정원을 위해 그림책으로 모은 수입으로 버몬트 주 산골의 30만 평 대지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30년 이상 그곳에서 정원을 가꾸며 살아갔습니다.
직접 씨를 뿌리고 키워낸 꽃 중에는 가꾸기 어렵다는 1930년대 품종 장미도 있었습니다. 30만 평을 가꾸는 일도 쉽지 않았을 텐데, 쉬운 품종으로 선택하지 않은 그녀의 열정에서 정원이 얼마나 소중한 공간이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타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원을 가꿔본 사람들은 안다. 꽃은 사람을 배반할 줄 모른다. 공을 들이면 반드시 답례를 해온다." 그녀가 손수 가꾼 정원과 생활 공간은 예술과 삶이 맞닿은 상징적 장소가 되었고, 오늘날 '슬로우 라이프'의 아이콘으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그녀가 사랑하며 가꾼 꽃들은 자연스럽게 작품 속에도 등장했습니다.
버몬트의 30만 평 대지를 일구며 자급자족의 삶을 실천했던 타샤. 정원을 가꾸고, 인형 옷을 만들고, 가족과 함께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들은 그녀가 평생 지켜온 '자연 속에서의 단순하지만 풍요로운 삶'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불행하기엔 인생은 너무 짧다

출처 : 마노엔터테인먼트
타샤는 "나는 언제나 행복하다. 불행하기엔 인생은 너무 짧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현대의 편리함보다 불편해도 스스로 해결하는 자연의 삶을 택했고, 19세기 라이프스타일을 21세기에 실현하며 살았습니다. "나는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왔고 매 순간을 충실하게 즐겼어요. 사람들은 다른 방식을 충고해주었죠. 그럼 '알겠어, 알겠어' 답하고 다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았어요."
주변 사람들은 그녀에게 더 편한 삶을 권했지만, 타샤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을 고집했습니다. 전기도 없고, 현대적 편의시설도 없는 산속 생활. 하지만 그녀에게 그것은 불편함이 아니라 자유였습니다. 91세가 되었을 때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
그리고 다시 태어나면 어떻게 살고 싶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 난 이미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았어." 타샤의 이 말은 단순한 명언이 아니라, 90년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백이었습니다.
그림만큼 아름다운 삶의 태도

출처 : 마노엔터테인먼트
작가의 그림을 보면 감정이 색감과 선, 표현 방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해집니다. 때로는 고통과 슬픔이, 때로는 기쁨이 그림 속에 녹아들곤 하죠.
타샤는 평생 같은 주제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런데도 흐트러짐 없이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녀의 마음 상태가 버몬트의 정원만큼 푸르고 평온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결국 마음의 상태예요. 행복도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
그녀의 그림이 사랑받는 이유는 완벽한 기술이나 화려한 표현 때문이 아니라, 그림 속에 진짜 삶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녀는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작품으로 승화시켰습니다.
행복의 기준
타샤 튜더의 전시를 보고 나서 행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에게 행복은 무엇인가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행복을 남들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요? 그녀의 전시를 통해 잊고 지냈던 나의 행복이 무엇이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