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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소비를 부른다? 선 넘은 펀슈머 마케팅

2022.12.07


출처: 대한제분

 

펀(FUN)한 마케팅이 뜬다

최근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펀슈머 마케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요. 펀슈머는 재미(Fun)와 소비자(Consumer)를 합친 신조어로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즐거움과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뜻해요. 이런 펀슈머를 공략하기 위해 기업들은 이색 콜라보 제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어요.

특히 펀슈머는 MZ세대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비 패턴인데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인구수 대비 MZ세대는 약 44% 정도라고 해요! 거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죠. 많은 기업들이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NO잼 소비 대신 가잼비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는 소비를 통해 구매 이상의 의미를 찾아요.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소비를 통해 재미와 가치를 찾는 거죠. 

이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 보다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를 추구해요. 노잼이면 안사고, 독특하고 재미있어야 지갑을 연다는 거예요. 또 이들은 인터넷, 모바일과 함께 성장한 세대로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기도 해요. 독특하거나 재미있는 제품을 구매하고 자신의 SNS에 공유를 하는 거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SNS에 게시글을 올려 제품을 홍보해 주는 것인데 이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펀슈머를 사로잡는 게 중요해졌어요. 

 

 

출처: BGF리테일

 

펀슈머 사로잡은 이색 콜라보

미국에 코카콜라의 북극곰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표곰이'가 있다! 표곰이는 곰표 밀가루를 만드는 대한제분의 마스코로 현재 대한민국 유통업계를 이끌고 있는 핫스타에요.

지금은 곰표를 밀가루 브랜드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많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MZ세대는 곰표를 몰랐다는 사실! 2018년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에서 20~39세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밀가루'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로 '곰표'를 답한 사람이 5명 중에 1명에 불과했다고... 그동안 대한제분은 B2B(기업 간 거래) 위주여서 젊은 층에게 인지도가 낮았는데 MZ세대가 소비트렌드를 이끄는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젊은 층을 타겟으로 브랜드 마케팅을 시작했어요.

첫 시작은 온라인 플래그십 스토어였는데 '곰표 레트로 하우스'를 열고 곰표 밀가루의 옛 패키지 디자인을 적용한 굿즈를 선보였어요. 마침 타이밍도 적절했던 게 그 당시 레트로(Retro)가 한창 열풍이었어요. 곰표는 이를 놓치지 않고 하얀 백곰과 밀가루 포대를 연상시키는 곰표 패딩, 곰표 팝콘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며 인기를 끌었죠.

여기에 MZ세대를 중심으로 SNS 인증 열풍이 불자 다양한 브랜드에서 콜라보 제의가 쏟아졌어요. 하지만 대한제분은 밀가루 하면 곰표가 떠오를 수 있도록 밀가루의 특성을 부각할 수 있는 콜라보 제품만을 신중히 골라 선보였어요. 그 결과 의류, 화장품, 식품 등 다양한 상품군에서 성공적인 콜라보를 이끌어낼 수 있었죠.

특히 편의점 CU와 콜라보한 곰표 밀맥주는 콜라보 시장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출시 1년 만에 전통 맥주 브랜드인 카스, 하이네켄 등을 제치고 편의점 전체 맥주 중 매출 1위를 찍은 거죠. 곰표가 이처럼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힙(hip)한 감성을 추구하는 MZ세대의 트렌드 공략에 성공했기 때문!

곰표가 쏘아 올린 편의점 수제맥주 열풍으로 GS25, 세븐일레븐 등 다른 편의점 채널에서도 제2의 곰표를 노린 다양한 콜라보 수제맥주를 선보이고 있어요.

 

 

출처: 모나미

 

선 넘은 펀슈머 마케팅

뭐든지 과하면 독이 될 수 있죠. 무분별하게 펀슈머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안전이 위협된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어요. 대표적인 사례로 ▲구두약 모양의 CU 말표 초코빈 ▲딱풀 모양의 세븐일레븐 딱붙캔디 ▲유성매직이 연상되는 GS25 모나미 스파클링이 예.

이 같은 우려는 대부분 비식품 브랜드와 식품업계가 협업했을 경우에 문제가 되고 있는데 실제 제품과 거의 차이가 없는 형태로 출시되다 보니까 인지능력이 부족한 어린이와 치매노인, 지적 장애인 등에게 식품과 유해 물질에 대한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에요.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어린이가 이물질을 삼키는 사고는 2017년 1,498건에서 2018년 1,548건, 2019년 1,915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요. 특히, 완구·문구 등 학용품이 가장 많은 사고를 일으켰다고 해요.

최근에는 LG생활건강과 서울우유가 콜라보 한 '서울우유 콜라보 바디워시'가 홈플러스 일부 매장에서 서울우유와 함께 진열돼 있는 모습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논란이 됐었어요. 해당 제품이 서울우유로 착각할 만큼 싱크로율이 비슷했기 때문에 자칫 바디워시를 우유로 혼동할 수 있다는 것.

 

 

출처: 트위터 캡처

 

규제할 방법은 없을까?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안전은 고려되지 않은 채 재미만 추구하는 일부 펀슈머 마케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히 제재할 규제가 없다는 점도 문제에요. 현행법은 식품에 올바른 표시와 광고만 하도록 권고하는 수준일 뿐 명시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

하지만 최근 자칫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와 국회에서 펀슈머 식품을 규제하는 법안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과 '화장품법' 개정을 식약처는 '식품 디자인을 본뜬 생활화학 제품, 생활화학 제품을 본뜬 식품 모두 규제할 수 있는 관련 법'을 개정한다고 해요.

업계 내부에서도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요. 제품의 이미지는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재미와 화제성만을 위한 자극적인 펀슈머 마케팅은 지양하고, 소비자들의 안전성을 고려한 펀슈머 제품을 선보인다면 제2의 곰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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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er | 서비